조선은 제국주의 열강의 쟁탈장이었다. 선교사들 가운데 일부는 단순한 동정을 넘어 국왕 고종을 위기에서 보호하고 조선인들의 독립 자강 운동에 직간접으로 간여한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선교사의 안전 이전에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 정치에 발목 잡힐 것을 두려워했던 미국 정부는 선교사들이 순수한 선교사업 이외의 어떠한 일에도 간여하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
미국 국무부, 조선주재 미국 공관, 그리고 미국 선교사들 사이의 역학관계는 미국 선교사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정치적 목표와 선교사들의 종교적 이상 사이의 간격을 드러내어 결과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와 미국 선교사들의 종교를 이해하는 한 관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 조정이 기독교 선교를 공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선교사들은 조선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조선이 선교를 허락하지 않은 유일한 동아시아 국가였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선교사들이 세계 선교사에 기록될 정도로 성공적인 사업을 했다는 사실 사이에도 큰 논리적 간격이 존재한다.
이 간격이 있게 된 이유를 조사해 보는 것이 이 연구의 중요한 목표가운데 하나다. 간단히 말해서 선교사들이 제국주의 진출에 편승했다는 혐의를 실증적으로 점검해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조선 정부에 대하여 선교사들이 월등하게 많이 가졌던 힘의 근원을 분석하는 일이 과제가 되었다. 이 작업을 위하여 조선이 여러 나라들과 맺었던 개항 초기의 조약들이 분석되었다. 특히 신앙의 자유와 기독교 선교를 허락하는 문제가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 역사학도로 하여금 흥미를 갖게 하는 대목은 왜,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평생을 일관하여 유교적 군주의 길을 걸었던 고종이 개신교 국가라고 알려진 미국이라는 서양 나라를 신뢰하게 되었으며 또 그곳으로부터 그렇게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었던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드는 의문은 조선이 그렇게도 바라고 필요로 했던 도움을 미국이 왜 주려고 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개항기 및 한말 미국과 조선 사이의 관계가 유별났다면, 양국 간의 이 독특한 관계에서 미국 선교사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자리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 이 책의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