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 꼭 필요한 것이다. 사실을 갖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으며, 따라서 열매를 맺지 못한다. 역사가가 없는 사실은 죽은 것이고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나의 최초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상호 작용의 과정, 즉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 E. H. Carr, “역사란 무엇인가” -
근대 이후 역사가들은 객관적 사실을 강조하는 랑케의 역사 연구 방법을 따랐다.
랑케는 역사가의 주관이나 가치관,
선입견 등을 일절 배제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역사가들은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며, 따라서 과거의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라고 하였다. 이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이 카였다. 그는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역사가의 상호관계에 주목하여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표현하였다.
정체성은 독일 출신의 심리학자 에릭슨이 명명한 개념으로, 상당 기간 동안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는 고유한 실체로서의 자기에 대한 경험을 말한다.
즉,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하는 말이다. 역사에서의 정체성은 사람들이 갖는 역사적 주체로서의 자기에 대한 인식이다.
이는 동시대의 여러 지역과 구분되는 고유한 실체로서의 특수성과 지역을 초월하여 지속되는 본질적인 특성인 보편성을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 ‘트로이의 목마’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의 소재가 되었던 것으로,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고전하던 그리스가 트로이 성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만들었던 무장한 병사들이 내부에 탑승한 거대한 목마를 말한다.
‘일리아드’에서는 트로이 전쟁의 발단과 전개 과정을 숱한 영웅들과 신들이 얽힌 것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트로이를 전설 속의 국가로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인리히 슐리만은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를 겨우 마친 뒤, 식품점에서 수습 사원으로 일하면서도 어린 시절에 읽은 ‘일리아드’에 나오는 트로이를 찾아내겠다는 꿈을 키워 나갔다.
슐리만은 독학으로 15개 언어를 공부하고, 상인으로 크게 성공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한 뒤 대규모 발굴 작업을 통해 꿈에 그리던 트로이를 발굴하게 되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케네 원형 무덤까지
발굴하여 그는 명실상부한 고고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말년에 그의 발굴에서 오류가 밝혀지면서 초기 학설을 번복해야 하는 절망도 있었지만, 그는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일에 과감히 도전하여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자 누구보다도 감동적인 일생을 산 인물로 후세에 기억되고 있다.
이처럼 역사는 탐험과 발굴을 통해
부활하기도 하며, 오류가 발견되면 기록을 수정하기도 한다.